얘가 왜 갑자기 삼천포로 빠지지. 고향이 삼천폰가. 바람소리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뚱딴지 같이 사랑은 또 뭐야. 그것도 해야겠다니.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되는 게 사랑인가? 얘가 왜 계속 사람을 헷갈리게 하지.

 

혜린이가 무슨 말인가를 더 하려고 할 때 지원이가 우리 쪽으로 걸어왔어. 너무도 갑작스러운 출현이었지. 꼭 눈치 없는 애들이 산통 다 깨는 거 알지. 지금 이 순간이 지가 나타날 찬스야? 무디게 생기지도 않은 애가 주책을 떠는 거 있지.

 

"어머, 시예 너 왜 여기 있니?"

 

그러면서 힐끔힐끔 혜린이를 쳐다보는 거야. 그때 혜린이가 엉덩이가 뜨거운 것처럼 발딱 일어서서,

 

"나 갈께."

 

그러곤 기숙사로 가버렸어. 난 지원이를 노려봤지. 근데 무딘 애들 특기 있잖아. 남한테 전혀 신경 안 쓰고 무대뽀로 나가는 거. 나도 일어서려 했더니 지원이 걔가 내 팔을 잡으며 옆에 앉는 거야.

 

"왜?"

"너, 쟤 잘 아니?"

"누구, 혜린이?"

"그래. 성혜린. 잘 알아?"

"같은 반 친구고 같이 기숙사에 있으니까. 근데 넌 음악반 애가 어떻게 혜린이를 아니?"

"난 쟤 싫어."

 

누가 지한테 혜린이가 좋냐구 물어봤나. 쳇, 혜린이도 아마 널 싫어할 거다. 웃겨, 정말.

 

"너도 쟤랑 친하게 지내지 마."

 

난 화가 났어. 산통을 깨더니 이젠 한술 더 떠서 쪽박까지 깨려고 그러는 거 아냐.

 

"넌 혜린이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런 얘길 하니?"

"나 쟤 잘 알아."

"어떻게?"

"그것까지 네가 알 거 없고. 그냥 그것만 알아 둬. 쟤랑 친하게 지내면 너도 안 좋을 거야. 다 널 생각해서 하는 얘기니까 새겨들어."

 

별꼴도 여러 가지야. 이유도 알 거 없다면서 새겨들으라니. 지 잘난 맛에 사는 애들치고 남 잘 되는 꼴 못 보는 거 알지?

 

"너 참 이상하다. 나랑 혜린이랑 친한 게 배 아프니?"

 

갑자기 지원이 걔가 미친듯이 웃었어. 가지가지로 사이코라니까.

 

"왜 웃니?"

"내가 왜 배가 아프니. 너랑 같은 방 쓰는 정 때문에 충고해주는 건데.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내 말 들어. 아마 그때 가서 후회해도 소용 없을걸."

 

그리곤 발딱 일어나서 포르르 걸어가 버리는 거야. 내참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다 있지. 난 홍두깨에 맞은 기분으로 그대로 멍하니 앉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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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riu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