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리 반에서 바이올린 제일 잘 하니까 남자애들이 괜히 몸이 달아서 그러는 걸 나보고 어떡하란 말야. 내가 하나하나 찾아 다니면서 난 공부해야 되니까 성가시게 굴지 말라고 타일러야 하는 거니."
요즘 애들은 중간에서 끊어 주지 않으면 대책없이 진보한다니까. 아예, 나 잘났소 이마에 써붙이고 다녀라. 저런 애한테 편지 전해 주는 그 어리숙한 중생의 앞날도 알 만하다.
"이런 편지 받는 난 기분이 좋은지 아니. 내가 그렇게 쉽게 보였나 속이 뒤틀린단 말야."
점점 쟤가 어디까지 가려고 저렇게 대책없이 달려가나. 역시 연극반의 막강한 입, 유경이가 나서고 말았어.
"야, 이지원. 너 속 보일만큼 보였으면 입 좀 닫는 게 어때. 얘가 머리가 나쁘면 눈치라도 있던지, 눈치가 없으면 상황 판단이라도 해야지. 꼭 편지 받은 거 해외토픽에 못 내서 안달난 애처럼 왜 설치니, 촌스럽게. 너 같은 애한테 편지 쓰느라 밤 잠 설쳤을 그 머스마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어디서 허무맹랑한 편지 하나 받아 가지고 온 방을 혐오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어. 여기 어디 너만 못한 애 있어. 너만 못해서 편지 한 장 못 받아오는 줄 알아. 중학교 대 대학생한테 편지 받은 사건도 있단 말야."
어라, 쟨 또 왜 저러나. 중학교 때 편지 받은 사람이 누가 있다고.
"중학생 때 편지 받고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간 애가 있는데 고등학생까지 됐다는 애가 겨우 이런 짓거리야."
가만 가만. 그러니까 유경이 쟤까지 남 핀잔주는 체하면서 자기 화려한 과거를 과시하고 있는 거 아냐. 도대체 이 방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유경이와 지원이의 불화는 단기전으로 끝날 거 같지 않은 예견을 남기고 끝이 났어.
지원이는 그 편지를 더 이상 작게 조각 낼 수 없을 크기로 요절을 냈고, 유경인 중학교 때의 파란만장한 과거로 지원이와 자기를 비교하면서 우리의 귀를 괴롭혔어.
사춘기 애들은 다 이래야 하는 걸까. 팔자 타령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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