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나감시에게 학교 가기 전에 혜린이를 잠시 보면 안 되느냐고 물었어.
"지금은 가지 않는 게 좋겠다. 수업 마치고 가 보도록 해라."
할 수 없이 학교에 가서 꼽추에게 혜린이의 결석계를 전했어. 근데 결석계를 받던 꼽추가 혼잣말처럼 그러는 거야.
"녀석, 오래 견딘다 했더니...... ."
마치, 혜린이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는 말투였어.
꼽추가 국어 시간에 들어오더니 오늘은 작문을 해보라고 했어. 제목까지 정해 주면서.
<친구> 라는 흔해 빠진 제목 있지. 사생 대회나 백일장에 가면 약방에 감초처럼 나오는 제목 말야. 하지만 난 오늘만큼 그 제목이 마음에 들었던 때가 없었어. 아파서 누워 있을 혜린이를 생각하자 갑자기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생겼어.
난 처음 혜린이를 봤던 날부터 밤중에 정원에서 울고 있던 모습까지 써넣었어. 알아듣지 못했던 말들까지 전부.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는 이런 구절을 덧붙였지.
<혜린이란 이름은 이상하게도 눈물 같은 느낌이 든다. 친구란 이름이 우정이란 단어를 달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을 때도 노을을 보면 눈물을 생각케 했던 그 아이의 이름이 떠오를 거 같다. 그 아이의 슬프디 슬픈 깊은 눈과 함께.>
청소를 하는데 꼽추가 날 상담실로 오라고 했다고 반장이 전해 줬어.
난 상담실은 문제아나 가는 게 아닌가 싶어서 주눅이 들 대로 들어 계단을 내려갔어.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아무리 보아도 넌 우리 학교에 있을 애가 아닌 거 같다며 집으로 내려가는 게 좋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울며 매달려서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애원해 볼까.
전액 무료인 기숙사까지 제공하는데 너같이 가능성 없는 학생은 곤란하다고. 그러면 하루 두 끼만 먹겠다고, 아니 한 끼만 먹는다고 그럴까.
고개를 있는 대로 숙이고 꼽추 앞에 섰지. 날 죽여 줍쇼 하는 폼으로. 죽어도 고향으로 내려갈 순 없다는 결심이 섰거든.
차라리 날 죽여라, 죽여. 자라는 새싹 돋아 주지는 못할망정 약간 희망이 없어 보인다구 한 학기도 안 지내보고 짜르려고 해. 너무하다 너무해. 이러려면 입학이나 시키지 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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