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예, 네가 혜린이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몰랐구나."
어라, 내가 또 너무 앞서갔나.
"앉아라."
짜른다는 얘기가 아닌 것만도 황송해서 난 얼른 시키는 대로 의자에 앉았어.
"녀석, 너 같은 놈하고 혜린이가 반반만 섞여도 좋았을텐데."
"무슨?"
"아, 아냐. 그냥 혼자서 해본 소리야. 시예야?"
"녜."
"네가 혜린이를 좀 보살펴 줘라."
보살펴 주라니. 빈틈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혜린이를 내가 주제넘게 보살피긴 어떻게 보살피라고.
"너 같은 풀냄새가 혜린이에게는 필요하다. 그놈도 아마 널 좋아할 거다. 내색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그렇지, 틀림없이 그럴 거다. 그러니 혜린이하고 잘 지내야 한다."
"혜린인 절 별로로 생각할텐데요."
"녀석. 그렇지 않데도. 그 녀석이 너한테 말을 걸었다니 그것만 보아도 널 마음에 두고 있는 거야."
"선생님?"
"응. 왜?"
"혜린이에 대해서 많이 아세요?"
꼽추는 대답 대신 담배를 꺼내 물었어. <금연> 이란 표어가 붙어 있는 대도 불을 당겼어. 막살기로 한 사람처럼.
순분 할머니는 선생님들이라고 해서 끽연실 외의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하셨거든. 세상에 백해무익한게 담배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읊으신다는데 선생님이 솔선수범해서 담배를 피우시는 거 있지. 잘하면 순분 할머니한테 찍혀서 나보다 먼저 짤릴지도 모르겠어.
"녀석이 말할 때까지 기다려 보렴. 다른 사람이 해주는 얘기가 별로 도움이 안 될 거다. 그 놈 입으로 듣는 게 훨씬 낫지. 그래야 그 놈을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전 혜린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데요."
"누구나 처음엔 모르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야. 알고 싶다는 호기심 자체만으로 관계는 성립되는 거지. 기다려 보렴. 녀석이 힘에 겨우면 널 필요로 할 테니. 알겠니?"
난 그저 <녜>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어.
상담실에서 나오는데 들어오려던 설진 선배와 마주쳤어.
난 재빠르게 생각했지. 설진 선배와 꼽추가 만나는 이유가 뭘까. 꼽추가 들어오라고 하는 말투로 봐선 설진 선배를 부른 거 같은데.
꼽추가 나와 설진 선배를 차례로 부른 이유가 뭘까.
우리에겐 공통분모가 있긴 있지.
성혜린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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