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뭔가 작살이 나는 소리에 모두 벌떡 일어났어.
우리방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서 방안에 흩어져 있는 걸 보고 우린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했지. 멍하니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유리조각하고 돌맹이를 보는데 창 밖 아래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야, 이지원. 이지원 어 얼굴 내놔 봐."
그 녀석이었어.
밥도 안 먹고 잠도 못 잤다는 애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위를 향해서 주먹질을 하며 길길이 뛰고 있는 거였어. 녀석은 지원이만 얼굴을 내놓으라고 그런 거 같은데 우린 모두 신기한 듯 얼굴을 내밀었지.
"야, 이지원. 니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어. 너 그럼 안 돼. 남은 몇 날 며칠을 잠도 못 자고 쓴 편진데 그걸 어쩌고 어쨌다고. 쓰레기통에 버려. 그것도 갈기갈기 찢어서. 야, 너. 정말 못 됐다. 그게 어디 사람으로 태어나서 할 짓이야."
가만히 보니까 다른 방 애들도 모두 창으로 녀석을 보고 있었어. 당연하지. 밤중에 그 난리를 피고 있는데.
"네가 바이올린을 잘하면 얼마나 잘하냐. 누가 바이올린 잘하는 거 같고 네가 좋댔냐. 콧대 세우지 마. 너 같은 애들이 나중엔 시집도 못 가더라. 우리 누나도 줄리아드에서까지 날리는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이거야. 그런데 노처녀야 노처녀."
쟤도 횡설수설 기질이군. 이지원이 불러 놓고 줄리아든지 어딘지에서 날리다 노처녀 된 누나 얘기는 왜 하는 거야. 차라리 이지원이 너 나와서 나한테 따귀 한 대 맞고 가라고 그랬으면 또 몰라.
"우리 누나가 왜 노처녀가 됐는지 알아. 다 너처럼 튕기다가 그렇게 됐다구."
그때 또또가 나타나서 녀석의 머리통에 알밤을 먹였어. 또또도 듣고 있다가 더 내버려 두면 즈네 누나 얘기로 밤을 새울까봐 겁이 났나 봐. 녀석의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고 들어갔어.
애들이 모두 유리창에서 떠나갔고.
"어머, 너무 로맨틱하다."
누구 말이냐구? 누구겠어. 우리의 영원한 지젤 도야지.
도야는 눈까지 몽롱해져서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녀석이 사라지고도 한참이나 됐는데 창 앞을 떠나지 못하고 중얼거리는 거야.
"집안도 좋은가 봐. 누나가 줄리아드까지 갔으니."
도야야. 도야야. 넌 도대체 왜 그러는 거니.
"생긴 것도 괜찮은 거 같은데."
도야가 황홀경에서 헤매고 있을 때 나감시가 들어와서 지원이를 불러 데리고 나갔어.
가엾은 지원이. 남자애들한테 인기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밤잠을 뺏겨야 하다니.
1시간쯤 지나서 지원이가 방으로 돌아올 때까지 우린 모여앉아 녀석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어. 얘기의 주도권은 도야가 잡고 있었지.
우린 녀석이 도야한테 반했으면 행복해졌을텐데 하고 아쉬워 했지. 도야는 완전히 서준일인가 뭔가 하는 녀석한테 넋이 나간 거야.
그러고 있는데 지원이가 문에다 화풀이를 하듯 쾅 소리를 내며 들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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