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혜린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어. 아주 서럽게 우는 거야. 이럴 때 내가 어떻게 해야 되니. 혜린이가 서럽게 울고 있는데. 난 뛰었어. 그리고 혜린이를 끌어안았지.
우는 혜린이를 끌어안고 설진 선배를 노려봤어. 그냥 듣고나 있지. 말대꾸는 해가지고 괜히 애 열받게 해서 애를 울리고 있어. 설진 선배가 입술을 꾹 깨물더니 돌아섰어. 근데 그 선배의 뒷모습이 이상하게 처량해 보이더라.
"울지 마. 혜린아."
내가 말리는 데도 기를 쓰고 우는 거야. 난 그렇게 지독하게 눈물을 흘리는 앤 처음 봤어. 왜 대부분의 애들은 그렇게 울다가 제풀에 꺾여서 시큰둥해지지. 난 내가 말려서 얘가 더 그러나 하고 내버려둬 봤더니 그것도 아니야. 내가 말리건 안 말리건 상관없이 수도꼭지에서 물 쏟아지듯 펑펑 쏟는 거야.
"왜 이렇게 우니. 그만 울어. 눈 붓겠다. 여자는 눈이 생명이라는데."
난 이런 상황에서 꼭 이런 말밖에 할 수가 없을까. 그럴 듯한 말 많잖아. 울지마, 혜린이. 눈물이 고여서 슬픔이 커지면 어떻해라든지. 어쭈, 내가 한 말이지만 괜찮은데.
그런데 혜린이 걔 어디가 다르긴 다른 애야. 내 그 시답지 않은 말에 눈가에 눈물을 대롱대롱 매달고 웃어 대는 거 있지. 그말이 그렇게 감격스러웠나.
길게도 울고 나서 나를 빤히 보더라.
"내가 슬퍼서 우는 거 같니?"
그럼 지금까지 좋아 못 살겠어서 웃었단 말야.
"그럼?"
"허전해서야."
"뭐가?"
"사는 게. 왜 이렇게 막막할까? 왜 아무것도 절실한 게 없지? 뭔가 하나만 손에 잡혀 있어도 이렇게 막막하지는 않을텐데. 아주 강한 끌림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미친 듯이 매달릴텐데."
이 아이는 지독히도 쓸쓸해 보이는 얼굴로 웃을 줄 아는구나.
설진 선배도 얘의 이런 모습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로 조화를 이룰 줄 아는 신비함. 난 한번도 혜린이가 화장실에 가는 아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어.
그게 바로 신비함 아니니.
혜린이는 울다 웃다 지친 모습으로 자기 방으로 돌아갔어. 나도 내 방으로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고 혜린이와 설진 선배가 했던 말들을 생각해 봤어.
한가지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말들을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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