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일주일 동안 혜린이가 날 한번만이라도 봐 주길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냈어.
지금 생각하면 그애에게 <너와 친구가 되고싶어.> 등등의 편지를 보낼 걸 하는 후회가 든다. 그치만 유치한 거 같아서 참았어.
다행스럽게 혜린이도 지방 학생인지 기숙사 내 방 건너편 끝방에서 생활을 하는 거야.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텔레비전을 보러 1층 휴게실에 내려가려고 방을 나오다 세면실에서 씻고 나오는 그앨 봤어. 눈처럼 하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라.
난 하마터면 <성혜린> 하고 큰소리로 부를 뻔했지만 어마어마한 자제심으로 꾹 참고 말았어.
너도 생각해봐. 시골 촌뜨기인 꼬마가 자기를 큰소리로 부르면 얼마나 당황스럽겠니. 솔직히 말하면 난 걔가 관심을 가질 만큼 눈에 띄는 애가 아니거든.
혜린이야 모든 애들이 한 번씩은 친구로 삼고 싶은 애지만 난 그렇지 못하거든. 슬픈 사실이지만.
혜린인 기숙사에 들어와선 식사시간 외엔 방에서 나오는 법이 없다는 것도 일주일 동안 지내보고 알아낸 사실이야. 혹시나 하고 서성여 봤지만 화장실에도 안 가는지 방에만 틀어밖혀있드라.
기숙사는 우리 1학년들이 모두 1층을 사용하고, 2. 3학년은 3. 4층에 있어. 남자, 여자 거의 같은 비율로 한 층에서 생활하니까 매일 영화 줄거리 같은 사건이 하나 둘 생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더라. 서로 얼굴을 자주 보니까 남잔지 여잔지 별 관심도 안 가는 거야.
하기사 내 관심은 오로지 혜린이에게 쏠려 있었으니까.
한 방에 다섯 명씩 있는데 일주일 사이에 우리 방 아이들과는 거의 흉허물 없이 웃고 까부는 사이가 됐어.
잠시 헤린이 얘기는 뒤로 미뤄 놓고 우리 방 애들 얘기를 해줄게.
침대는 모두 2층 침댄데, 난 위에 올라가면 아직도 멀미가 생겨서 문 제일 가까운 쪽 침대 밑층을 사용해.
그렇지 않겠니. 16년만에 처음 써보는 침댄데 꼭대기에 올라가서 무슨 변을 당하려고.
창피한 얘기지만 난 벌써 세 번이나 자다가 굴러 떨어졌어. 별로 잠을 험하게 자는 편도 아닌데 온돌방에서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고 자던 버릇이 있어서 그런지 자꾸 떨어지는 거야.
자다가 얼마나 놀랬는지. 애들이 깨서 깔깔거리고 웃을까 봐 아프다는 소리도 못 하고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가서 이불 뒤집어쓰고 한숨만 푹푹 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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