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린은 꼽추에게 작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자리로 돌아가 앉았어. 그리고 바로 끝종이 울렸지.

 

나는 쉬는 시간에 혜린이가 앉은 뒷자리를 돌아다보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지만 내가 돌아보는 그 순간에 혜린이가 사라져 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책상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어.

 

근데 말이지. 나처럼 혜린이에게 강한 끌림을 가지는 애들이 여럿 있었던 거야.

 

애들은 종이 치자마자 혜린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을 등을 돌리고 있었지만 금새 알 수 있었어.

 

특히 남자 아이들은 조용하게 흥분하고 있었고, 여자 아이들은 질투심도 접어 두고 혜린이 곁으로 다가가는 거였어.

 

난 낭패감이 들었어.

 

혜린이를 가장 많이 알고 싶은 사람은 당연히 나 같은데, 나는 바보처럼 자리에 못박혀 있고 혜린이와 친구가 되려는 아이들은 저돌적으로 다가가니 내 마음이 어땠을까 짐작이 가지?

 

내가 한 행동이라곤 겨우 화장실에 가는 척 교실을 나와 창문으로 혜린일 힐끔거린 게 전부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애는 자기에게 관심을 가지고 모여드는 아이들 속에서 입도 뻥긋하지 않고 고개만 약간 옆으로 기울이고 눈으로만 조금 웃고 있는거였어.

 

잠시 전에 당당하게 교탁 앞에서 시를 읊던 그 애라곤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는 모습이었어.

 

모여 있던 아이들은 제 풀에 싱거워져서 하나 둘 자리로 돌아가고 그앤 구경꾼들에게 놓여난 동물원의 사슴처럼 운동장 쪽으로 난 창밖으로 시선을 주고 한참이나 그렇게 앉아 있었어.

 

난 화장실에도 못가고 그 자리에 서서 혜린이 제발 고개를 돌려 날 봐 주길 기다렸지만 끝내 그앤 내게 눈길을 돌리지 않고 쉬는 시간을 보냈어.

 

난 뭔가 가슴 속으로 간절히 바라면 다른 사람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아이란 거 얘기 안 했지.

 

난 그래,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때 조용히 마음 속으로 <그 사람이 날 좋아하게 해주세요.> 라고 수없이 기도하면 이루어질거라 믿고 있었는데 혜린이가 고개도 돌리지 않자 내 믿음이 잘못된 게 아닐까 속상해지는 거야.

 

만약 계속 혜린이가 날 봐 주지 않는다면 난 정말 슬픈 운명을 부여안고 살아가야 하는 가련한 소녀가 되는 게 아닐까.

 

사람들은 누구나 사춘기가 되면 가슴 설레이는 첫사랑을 경험하는가 봐. 그래서 사춘기라고 하는 걸거고.

 

예전에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소녀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 자기가 생각해 온 가장 이상형의 소녀에게 매료된다더라.

 

그 매료의 시간이 끝나면 이성을 사랑하게 된다고 써있었어.

 

그럼 지금 난 그 매료의 시간에 접어든 거야.

 

성혜린, 그애에게 매료됐단 말야.

 

 

 

! 저작권 관련하여 문제가 될 시 알려주시면 글을 모두 내리겠습니다.

 

 

 

Posted by Siriu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