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먼 훗날 사람들이 우릴 무어라 부를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

 

어느 것이든 제일 먼저 시작한 사람들은 특이해 보이는 법이고 그만큼 관심도 받게 되는 것일 테니까.

 

우리가 이 학교에 들어오게 된 것은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운명이란 우연에 의해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결국 필연도 작용했으리라 생각해.

 

그럼 먼저 내 소개를 하는 게 편할 거 같지.

 

난 정시예.

 

이름이 이쁘단 소릴 몇 번 들었는데 이 이름은 시인이 되려다 실패하신 할아버지의 원한이 만들어낸 우연한 작품이야.

 

우리 할아버지는 굉장히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셨는데 평생 원고지 한번 무진장 쌓아 놓고 되든 안 되든 아무거나 써보고 싶으셨던 게 소원이셨던 분이야.

 

할아버지는 남의 밭을 얻어서 감자 농사를 지으셨는데, 우리 아버지도 뒤엔 그 길을 따라 가셨어.

 

대충 짐작은 했겠지만 우리 할아버지가 가난하셨으니 특별한 재능이 없으셨던 우리 아버지는 당연히 가난하셨고, 열여섯 살인 난 또 너무나 당연히 가난한 집 딸이지 뭐.

 

내 동생은 다섯인데 딸, 아들 골고루 섞여 있어.

 

아들 기다리다 딸만 주르르 낳은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만들어지는 대로 세상에 내보냈다는 얘기야.

 

잘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르지만 우리 집이, 참 내가 우리 집이 어디에 있는지 얘기 안 했지.

 

우리 집은 강원도에서도 산골짜기 깊은 곳. 지도에도 안 나오는 곳이야.

 

그런 동네에서 태어난 내가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건 그야말로 행운이지.

 

우리 아버지는 절대로 딸년을 고등학교 같은 데 보내서 콧대만 높여 줄 분이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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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riu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