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제 우리 학교 얘기를 해야 되는 순서겠지.
놀라지 마. 우리 학교는 네가 들으면 혀를 내두를지도 모르는 특이한 학교야.
우리 학교는 첫째 모든 게 무료야.
수업료가 없는 건 물론이고 점심도 제공되지, 책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교복.가방.노트, 거기다 지방 학생은 기숙사까지 무료로 쓸 수 있어.
뭐, 누가 그런 학교를 만들었냐구?
은행털이가 개과 천선해서 에라 모르겠다 한 몇 년 자선 사업이나 해보자 한 거 아니냐구?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겠다.
우리 학교 이름이 순분예술고등학굔데, 이름이 되게 촌스럽지.
그래도 할 수 없어. 우리 학교 재단 이사장인 최순분 할머니 이름을 딴 거니까.
바로 이 학교를 만드신 장본인이야.
최순분 할머니는 처녀 때부터 여배우가 되려고 자그만치 18년 동안을 영화 감독들만 쫓아다니며 쫑코만 열심히 당하다가 결국은 화려한 여배우의 길은 포기하고 돈이나 모으자 했더니, 죽어라고 하고 싶었던 여배우는 안 되던 것이 <에라 모르겠다>하고 벌인 장사들은 벌이는 족족히 떼돈이 벌리더라는 거야.
그래서 번 돈으로 뭘 할까 심사숙고하다가 우리나라에 어린 예술인 전당이나 한번 만들어 보자구 이 학교, 그러니까 <순분예술고등학교>를 세운거야.
역사는 짧아. 내가 세번째 신입생이니까 겨우 3년을 자랑하는 역사지.
순분이 할머니, 이름이 너무했지.
그래도 할 수 없어. 우리 학교 이사장님이신걸.
이제부터 할머니라고 할게.
나같이 가난한 애가 종이는 어디 흔하니. 한자라도 절약해서 종이라도 남겨야지. 안 그래?
할머니는 어린 학생들이 돈 걱정까지 하면서 예술의 꿈을 키우는 건 가엾다고 그 많은 재산을 투자해서 전액 무료인 이 학교를 세우신 거야.
이 학교에 들어오기가 힘드냐구?
날 봐. 내가 어디 내나 놔야 눈에 띄는 애니.
단지 운좋게 글짓기 한번 잘해서 오늘의 호강을 누리는 거 아니겠어.
우리 학교 방침은 예술적 자질 하나만 있으면 그 재능을 키워 주겠다는 거거든.
공부 잘하는 애도 있겠지만 난 그 중엔 못 끼는 애야.
그러니 앞으로 내가 얼마나 피땀 흘리며 노력해야 하는지 알겠지.
이왕 말 나온 김에 우리 학교 소개를 약간만 더 할게.
우리 학년은 모두 300명이야. 한 반이 50명씩 6반이지.
문학반, 연극반, 미술반, 음악반, 무용반, 과학반, 그렇게 6반. 과학이 뭐 예술이냐구?
물론 나도 궁금한데 아마 선생님들은 그렇게 생각하시나 봐. 그러니까 생겼지.
하여튼 그렇게 6반이고 지방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데 기숙사 생활이 어떤지 미안하게도 얘기해 줄 수가 없어.
어제 처음 기숙사에서 잠을 자 봤거든. 어제가 입학식이었어.
2, 3학년도 한 기숙사에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얼마나 놀랬다구.
시커멓고 키만 큰 남자들이 입에 칫솔을 물고 왁짜하게 떠들며 복도를 오가는 거야.
이건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야.
내가 다니던 시골 중학교는 남녀공학이 아니었거든.
동네에서 아는 오빠라도 만나면 괜히 민망해져서 고개 푹 숙이고 게걸음치던 애가 바로 나 아니니.
여자, 남자, 한 층인 기숙사는 아마 대학에도 없을걸.
이것도 순분 할머니 아이디어래.
남자를 만날 기회가 없어서 평생 혼자 늙는다고 생각하셔서 남자 여자는 어려서부터 서로 만나 흉허물 없이 지내야 장래도 훤해진다는 거 아니겠니.
이런 특별한 학교에서 3년을 보내야 하는 게 내 운명이야.
그래서 지금 내 가슴은 너무 설레어 터질 지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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