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은 그런대로 쫓아갈 만한데 내가 제일 걱정하는 건 문학 시간이야. 애들은 점점 더 자기 세계를 찾아가는 것 같은데 난 뭐가 뭔지 그저 헷갈리기만 해.

 

주경인 대하소설을 쓰겠다고 벼르고, 내 뒤에 앤 <로미오와 줄리엣> 을 능가하는 연애소설을 쓰겠다고 설치고, 앞에만 나가면 말을 더듬는 철호란 애는 <말더듬 교정 교본> 을 써보겠다고 매일 자기 자신을 놓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어. 근데 난 매일 과제 내기도 벅차니. 큰일이지.

 

요즘에 혜린이는 다른 애들이 주시하는 거에도 개의치 않고 민설진 선배와 가까이 지내고 있어.

 

가끔 운동장에서도 만나고, 도서실에서도 나란히 앉아 책을 보고, 기숙사 휴게실에서도 마주앉아 오랫동안 얘길 하곤 하는 걸 여러 번 봤어. 알고 봤더니 설진 선배 고향도 지방이래.

 

기숙사 애들은 벌써부터 <캠퍼스 커플> 하나 나왔다고 바람을 잡아.

 

혜린이가 정말 설진 선배를 좋아하는지 난 잘 모르겠어. 왜냐하면 아직도 혜린이가 뭔가를 무서워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야.

 

참, 교정에 라일락이 빼곡히 피었어.

 

완연한 봄인 거야.

 

 

 

! 저작권 관련하여 문제가 될 시 알려주시면 글을 모두 내리겠습니다.

 

 

 

Posted by Siriu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