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이 피자 아이들이 들뜨기 시작했어.

 

청춘의 봄과 계절의 봄이 겹쳤다는 거지.

 

일요일이면 기숙사 아이들이 너도나도 숲길로 나가서 축제 분위기로 학교가 들썩거려. 아이들 얼굴엔 청춘의 봄을 채워 줄 사건을 기다리는 아련한 향기가 넘쳐흘러.

 

벌써 5월에 있을 축제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밤마다 창가에 서서 큰소리로 연극 대사를 외우는 2층 선배들의 음성이 우리가 어디쯤에 서 있는가를 일깨워 줘.

 

우린 참으로 젊은 거야. 너무나 젊어서 세상에 우리는 아름다운 시절에 살고 있다고 외치고 싶은 나이야. 외로움도 향기를 갖고, 그리움도 애틋한 그런 시절.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이 학교가 난 너무너무 좋아.

 

아름다운 시절을 아름답게 즐길 수 있다는 건 분명 행운이야.

 

라일락 향기 속에서 내가 처음 만난 건 혜린이의 눈물이야.

 

어젯밤이었어.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를 새벽 1시까지 읽다가 화장실에 다녀오던 길이었어. 우연하게 창 밖을 내려다봤는데 기숙사 앞 정원에 한 여자아이가 오도카니 앉아 있는 거 아니겠어.

 

순간 등골이 서늘하더라. 그 시간에 정원에 앉아 흐릿한 정원 가로등 불빛을 받고 있는 여자애가 있다고 상상해 봐. 기숙사 앞에 가로등이 여섯 개 서 있는데 그건 낮처럼 환하게 밝으라고 켜둔 게 아니라 괜히 그런 거 있잖아. 구색 맞추느라고 세워 둔 거. 난 처음엔 그애가 혜린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어.

 

뒷모습이 눈에 익어서 자세히 내러다보니까 혜린인 거야. 혜린이가 거기 있는데 안 내려갈 수 있어. 조심조심 소리를 죽여서 뜰로 나갔지.

 

너무 조용하게 다가가면 혜린이가 놀랄까 봐 기침을 하면서 다가갔는데 혜린인 전혀 내가 다가온 것도 느끼지 못하는지, 저 아래 보이는 학교 건물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거야.

 

그때 불빛에 반짝이는 게 있었어.

 

혜린이의 뺨에 가느다랗게 흐로고 있는 눈물. 난 놀랐어. 무지무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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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riusB